[전남·광양]따로 또 같이, 그 쌍둥이 형제가 노조를 이끄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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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6-07-28 09:17본문
박성일 공무원연맹 전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왼쪽), 박성이 공무원연맹 광양시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오른쪽). ⓒ 참여와혁신 김다윗 기자 dwkim@laborplus.co.kr
민선 제9기 광역·기초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이달 출범했다. 특히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행정 통합’이라는 거대한 변화가 시작되는 만큼 각 광역·기초 지방정부들이 긴밀하게 호흡을 맞춰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데 때마침 같은 전남 지역 광역·기초 단위에서 공무원 노동조합 위원장을 나란히 맡은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있다. 지난 5월 당선돼 이달 1일부터 새롭게 임기를 시작한 박성일 공무원연맹 전남도청공무원노조 위원장, 지난해 앞서 취임한 박성이 공무원연맹 광양시공무원노조 위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빌딩 공무원연맹 사무실에서 지난 6월 11일 만난 두 위원장 형제는 ‘스타일’과 인상이 서로 확연히 달랐다. 인터뷰를 이어가는 동안 형인 박성일 위원장은 차분하고 진중하게 질문 하나하나를 신중히 생각하고, 동생인 박성이 위원장은 활발하고 재치 있는 입담으로 현장 이야기를 실감나게 풀어놨다.
그러나 두 위원장이 공유하고 있는 지점만큼은 분명하다. 하위직 공무원이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답답함을 타개해 가는 성취감, ‘따뜻하고 친밀한’ 노조를 만들겠다는 목표, 지방선거 후 행정 통합과 맞물려 다가올 변화에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한 고민. 때로는 서로 경쟁하고, 때로는 조언을 나누며 각자의 조직을 꾸려 가는 박성일·박성이 위원장 형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노동조합 간부·임원 활동에 관심을 둔 계기가 궁금하다.
박성일: 2005년에 완도군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하고, 이후에 전라남도청으로 전입했다. 노조에 가입한 건 거의 공무원 생활 10년 차가 넘은 2015년이다. 처음 신규 임용됐을 때 엄격한 상명하복 문화 속에서 하위직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느꼈는데, 노조가 이것을 대변해 주는 모습을 보고 매력을 느꼈다.
노조 활동을 시작하고 간부가 된 뒤에 고충처리국장으로서 조합원의 첫 민원을 해결한 일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상당히 어려운 사안이었는데, 이것을 내 손으로 직접 해결하고 민원을 넣은 조합원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봤을 때 너무나 큰 성취감을 맛봤다. 그걸 계기로 해서 지금까지 노조 활동을 하고 있고, 이번에 위원장으로도 나서게 됐다.
박성이: 내 경우 사회생활을 하다가 다소 늦게 공무원이 됐다. 그때 공무원의 복지와 노동 여건에 대해 말하는 위원장, 간부들이 참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입직하자마자 노조에 가입해 활동을 시작했다. 간부가 된 건 2015년인데, 간부가 되고 보니 다양한 직렬마다 애로사항이 있고 부당한 것도 있더라. 공직사회에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 소위 ‘찍힐’ 수가 있다 보니 애로사항이나 부당한 일을 고쳐 가기가 쉽지 않다. 그때 ‘나 같은 성격이라면 찍혀도 좋다’는 생각으로, 웬만하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서 조합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고 싶었다.
- 조직 구성원들이 의견을 내고 참여하는 일은 노조에 있어서도 중요한 과제다. 노조 위원장으로서 이에 대해 고민하는 바가 있나?
박성일: 조합원 참여를 끌어내는 게 상당히 쉽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그 자체가 위원장의 역할이 아닌가 한다. 노조에서는 내가 위원장이지만, 직급으로 따지면 조합원들과 같은 주무관이다. 그런 점에서 수평적으로 다가가고, 조합원들이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응어리를 풀어내는 역할을 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 가고 있다.
박성이: 조직 생활에 있어서 ‘혼자가 아니다’라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노조에서도 ‘위원장 찬스, 간부 찬스’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조합원들이 혼자가 아니라 우리 노조와 함께 있고, 노조가 언제든 편하게 와서 밥도 먹고 술도 한 잔 할 수 있는 곳이라고 느끼게끔 하고 싶어서다.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이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을 혼자 삼키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시에서도 매년 한 명씩 그런 일이 벌어진다. 그래서 서로서로 많은 대화를 하면서 위로받고 격려받고, 또 하고 싶은 말도 편하게 풀어낼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때로는 조언하고 때로는 시너지를 내는
‘또 하나의 동반자’로
- 일란성 쌍둥이로서 각자 다른 조직에서 활동한다는 이력이 독특하다.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박성이: 소속이 다르다지만 광역과 그 아래 기초 단위조직이다 보니 서로 교류할 일이 많다. 도청에 가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모르는 사람이 “성일아!” 하면서 속 얘기를 갑자기 풀어놓기 시작해서 동생이라고 머쓱하게 해명하는 일이 있었다.
박성일: 선거 당시에 따로 다니면 ‘다른 한쪽이 대리로 나온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웃음)
- 가까운 가족이고 형제인 만큼 노조 활동을 하면서 힘이 되는 부분도 있나?
박성일: 동생이 먼저 위원장이 됐으니 내가 더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전임 집행부 수석부위원장으로 있을 때 위원장의 일을 챙기고 조언해야 하는 위치였는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조언을 하면 좋을지 고민할 때 도움을 주로 받았다. 또 위원장이 된 지 얼마 안 된 만큼 앞으로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위원장이 느끼는 무게감, 조합원을 대하고 현안을 해결하는 요령이 간부일 때와는 또 다르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많이 배웠고, 앞으로도 배우고 싶다.
박성이: 나는 성격이 활발하다 보니 ‘오버’하다가 선을 넘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마음을 다잡고 바르게 갈 수 있도록 충고와 조언을 받을 때가 많다. 서로 경쟁도 하고 돕기도 하면서 함께 갈 수 있는 게 좋다. 배우자를 흔히 인생의 동반자라고 하지 않나. 우리는 쌍둥이인 만큼 동반자가 한 명 더 있다는 든든한 느낌을 받는다.
- 같은 광역시도 내에서 광역 단위노조 위원장과 기초 단위노조 위원장을 맡은 만큼 서로의 활동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도 있을지 궁금하다.
박성일: 광역 단위노조 위원장으로서는 기초 단위의 애로사항을 잘 체감하지 못할 수 있지 않나. 그런 때에 가족인 박성이 위원장과는 편하게 연락하는 데 거리낌이 없으니, 박성이 위원장을 통해 좀더 쉽게 교류하고, 잘 몰랐던 부분을 체감할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박성이: 행정구역 체계상 도청이 상급 기관이다 보니, 간혹 도청 직원이 시군구 직원과 연락할 때 알력이 있다. 도청 직원이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시군구 직원이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사례 같은 것들이 많다. 이번에 박성일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그런 것을 바꿔가는 데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서로 많이 이야기하고, 서로가 느끼는 감정을 원만하게 전달하면서 같이 기분 좋게 일할 수 있는 일터로 만들고 싶다.
통합특별시 출범 앞둔 시점,
위원장 형제의 고민과 포부는
- 7월 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출범한다. 각 노조에 있어서도 큰 변화가 될 듯한데, 노조 차원에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박성일: 통합이 너무 조속히 이뤄지다 보니 우려되는 부작용이 많은 상황이다. 새롭게 통합특별시 시장이 취임하면 노조에서 적극적으로 도와 좋은 변화를 만들어가는 한편, 부당함에 대해선 강력하게 저항할 것이다. 전남과 광주가 합쳐지면서 직원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이 인사·조직, 근무 환경, 복지 등 3가지다. 앞서 선거 당시 후보자에게 이것을 요구했고 후보자가 받아들였다. 이제 시장으로 취임한 뒤에도 그 약속이 잘 지켜질 수 있게끔 때로는 견제하고 때로는 함께할 것이다.
또 무엇보다 양쪽 시도 행정이 이원화된 상황에서 통합하는 것이니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통합 과정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광주광역시 노조(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시지부)와도 연대하고 있다. 통합 과정에서 광역 단위노조의 생각이 반영되고, 두 광역시도의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통하고 화합해 정말로 통합특별시가 성공을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성이: 통합은 기초 단위에도 영향이 큰 일이다. 예산이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내려오는 것이 어떻게 보면 기회이니 새로운 아이디어와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할 것이다. 또 광주는 하위 행정구역이 구고, 전남에는 시군밖에 없다. 통합 과정에서 시군구 단위의 형평성을 맞추고, 일관성과 연속성이 있는 체계를 만들기 위해선 서로 면밀하게 소통하면서 갭을 줄여 나가야 한다.
특히 우리 기초 단위는 그간 전남의 행정을 따라갔다. 그런데 광주라는 새로운 기준과 전남의 기준이 합쳐지는 게 아닌가. 정보가 많지 않다 보니 미리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예측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박성일 위원장과 최대한 이야기하면서 달라지는 부분에 대해 면밀히 듣고, 우리 시 노조도 자연스럽게 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 이외에도 조합원 참여와 일터의 변화에 관해 신경쓰고 있는 의제가 있다면?
박성일: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직장은 돈을 버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니다. 직장에 다니고 노조 활동을 하면서 형이 없는 사람은 형을 만들 수 있고, 동생이 없는 사람은 동생을 만들 수도 있다. ‘가족 같은 직장’이라는 말이 조금 진부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돈독하고 친밀한 동료로서 추억을 쌓아갈 수 있는 직장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임기 중 목표이기도 하다.
박성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돼 시장이 바뀔 예정이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노조를 대하는 태도, 행정의 패러다임이 바뀌기 마련이다. 그에 대해 대응하고, 또 신임 시장이 우리 노조를 잘 판단할 수 있도록 우리의 이력과 방향을 잘 전달하며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게 큰 과제다. 선출 단체장이 무슨 공약을 걸든 결국은 공무원을 통해 이뤄야 하는 정책들이다. 신임 시장이 시민의 일꾼인 공무원과 나란히 걸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성일: 노조 생활이 힘든 줄은 알지만 술을 좀 줄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운동 좀 해라.
박성이: 내가 봤을 때 박성일 위원장이 속이 조불조불*하다.
* ‘좁다’는 뜻의 서남 방언
박성일: 아니, 우리 조합원들이 기대하는 게 있는데 그렇게 말을 하나.
박성이: 배포 있게, 방향을 딱 잡으면 추진력 있게 힘을 냈으면 좋겠다는 의미다.
출처 : 참여와혁신(https://www.laborplu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