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공무원 정년 연장과 소득공백… 약속 이행이 먼저다_김정진 소득공백특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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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5-10-15 09:1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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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7조 제1항은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고 정의하며, 국가 운영의 근간으로서 공무원의 책무를 강조한다.
그러나 그 막중한 책임을 다한 뒤 공무원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과연 합당한가? 현재 대한민국 공무원은 60세에 정년퇴직하지만, 2015년 개정된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연금 수급은 단계적으로 65세 지급으로 바뀌어, 최대 5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 이는 단순한 제도 미비가 아니라 생존의 위기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2029년부터 법정 정년을 3년마다 1년씩 단계적으로 늘려 2041년까지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구 감소 대응과 국민연금 수급 시점과 법정 정년 간 차이에서 발생하는 소득 공백을 줄이기 위한 취지라고 알려졌지만, 공무원 현실에서는 이미 발생한 소득 공백 문제가 우선 해결되어야 한다.
민주당의 검토안에 따르면 2029년 정년은 61세가 되지만, 국민연금 수급은 여전히 64세부터 시작된다. 즉, 연금 지급 개시 연령과 정년 간 괴리는 여전히 존재하며, 향후에도 3년 이상 소득 공백이 반복될 수 있다.
2015년 공무원연금법 개정 당시 국민대타협기구 최종 합의문은 정년 연장과 연금 수급 시기 불일치로 발생할 소득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공무원·교원 인사정책 개선방안 협의기구’를 설치하고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기로 명시했다.
그러나 인사혁신처는 현재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2015년 공무원연금개혁 백서’에도 합의문 관련 내용은 누락되어 있으며, 실제 협의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2022년부터 이미 공무원들은 정년퇴직과 연금 수급 간 차이로 소득 공백을 경험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32년까지 약 10만명 이상의 공무원이 연금 수급 전 소득 공백을 겪게 된다. 60세 정년퇴직자(일반직)는 1년, 2027~2029년 퇴직자는 3년, 2030~2032년 퇴직자는 최대 4년간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
예상 연금 손실액은 2027~2029년 퇴직자의 경우 약 1억 4900만원, 2033년 이후 퇴직자는 2억 4800만원에 달한다. 전체 재직공무원의 약 70%인 85만명이 영향권에 있다.
이 문제를 단순히 ‘누구나 연금을 늦게 받는다’고 치부할 수 없다. 민간 기업은 퇴직금이 공무원연금 퇴직수당보다 평균 4~5배 높아 일정 부분 소득 공백을 완충할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은 퇴직금과 저축으로만 3~5년간 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현실에 놓인다. 연금 지급 유예 기간 동안 무소득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단순한 제도적 결함이 아니라 국가가 공무원의 안정적 생활을 보장하지 않는 구조적 문제다.
공무원연맹 제공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더욱 심각성이 드러난다. 일본은 정년과 연금 수급 시기가 불일치할 경우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통해 사실상 정년과 고용 연장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도 고령화에 맞춰 제도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며 사회적 충격을 완화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년과 연금 수급 시기 불일치 문제를 방치하고 있으며, 민주당 검토안만으로는 기존 소득 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2029년 이후 단계적 정년 연장 논의는 단순히 연령 상향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소득 공백 해소를 위한 재고용, 임금보전, 연금 지급 조정 등 구체적 패키지 방안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
한국노총 공무원노동조합연맹은 정년을 연금 지급 시기와 일치하도록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연장할 것을 요구한다. 단순한 일자리 요구가 아니라, 국가가 제도를 개정했다면 상응하는 사회적 안전망과 제도적 연착륙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다.
우리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공무원에게 퇴직 이후 존엄한 삶을 보장할 것인가, 아니면 ‘정년퇴직’과 함께 제도 밖으로 밀어낼 것인가? 이미 2022년부터 발생한 소득 공백을 방치한 채 2029년 정년 연장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정부와 국회는 약속한 협의기구를 지금이라도 설치하고, 소득 공백 발생 퇴직공무원의 재고용 문제, 연금손실액 보상, 향후 고용 연장 방안을 포함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공무원은 단순한 행정인력이 아닌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존재다. 그들의 삶의 안정성을 외면한 채 제도적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 운영의 기본을 흔드는 일이다.
2029년 정년 연장 논의가 의미 있는 사회적 진전이 되려면 먼저 현재 발생한 소득 공백 문제를 책임 있게 해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정부와 국회가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공무원의 삶과 공직사회 전체의 신뢰는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게 될 것이다.
소득 공백 해소를 위한 재고용, 임금 보전, 연금 지급 조정 등 구체적 패키지 방안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 정부가 국민과 공무원에게 약속한 ‘소득 공백 해소’는 단순한 정책 목표가 아니라 공무원의 최소한의 생활 안정을 보장하는 기본적 권리의 문제다.
2029년 정년 연장 논의가 시작되기 전 이미 발생하고 있는 소득 공백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 정부는 법적·정책적 약속을 지키는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정년 연장 논의만이 공무원과 국민 모두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퍼블릭타임스(https://www.public25.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