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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대만 정당가입 허용…한국, 공무원 정치활동 제약 과해"

등록 2024.01.23 17:54:59수정 2024.01.23 18: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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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해외사례·설문조사 토대 보고서 발표

"공무원도 시민으로서 정치적 기본권리 누려야"

"무조건 금지보다는 근무시간 외 등에 허용해야"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공무원 정치적 기본권 보장방안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공무원 정치적 기본권 보장방안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현행법상 금지돼있는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일부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중앙연구원과 공무원본부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공무원 정치적 기본권 보장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기우 한국노총 정책2본부 부본부장은 해외사례를 토대로 우리나라가 과도하게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제한해왔다고 주장했다.

김 부본부장은 "우리나라는 아직 비준하지 않았지만 국제노동기구(ILO) 제151호 협약에서는 공무수행자는 다른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결사의 자유의 정상적인 행사에 필수적인 시민적, 정치적 권리를 갖는다고 하고 있다"며,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공무원 법령 내용 체크리스트를 정해 공무원이 정당에 가입하고 정당 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과 일본, 대만의 사례도 들었다.

영국은 직무의 성격과 권한의 범위, 책임 정도에 따라 정치활동 허용 정도에 차이를 두고 있다. 산업 및 비사무직 직군에 속한 공무원은 정치적으로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않고 있고, 고위공무원과 고속승진프로그램(Fast Stream Development Programme) 대상 공무원은 정당 가입은 허용되지만 전국적인 정치활동은 불허된다. 이 두 범주에 속하지 않는 공무원들은 허가를 받으면 전국 또는 지역사회 정치활동이 가능하다.

일본 역시 정당 결성은 허용되지 않지만 가입은 허용하는 나라다. 타인에게 정치자금 기부 권유는 금지이지만 정치자금 기부 자체는 가능하다.

대만의 경우는 '공무원행정중립법'을 제정해 공무원의 정치 참여 허용 범위를 정하고 있는데, 정당 가입은 허용되지만 정당의 직무수행은 맡을 수 없다. 또 근무시간 외에만 정치활동이 가능하고 공무원의 직무상 권한이나 기회 등을 이용한 정치활동은 금지된다.

김 부본부장은 "이를 토대로 근무시간 외 정치활동 허용, 정당 혹은 기타 정치단체 가입 허용과 공직 출마 후 복직 허용, 공정한 국가행정 집행 의무와 직무상 권한 이용 금지 등 5가지 내용이 들어가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공무원도 시민에서 공무원이 된 것인데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정치적 의사표시를 하지 못하는 것은 의문"이라고 했다.

김 부본부장과 함께 연구를 수행한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박사는 공무원·교원 5494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조사를 분석해 발표했다.

홍 박사는 "공무원 정치참여를 기본 원리라고 인식한 응답과 시민으로서의 지위에 관한 인식에 대해 전체 60%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며 "상당수 공무원들이 정치참여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정치적 기본권 제한을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특히 조사 결과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되 불가피하게 직무상 기본권을 제한 받아야 할 공무원이 존재한다는 인식에 과반 이상이 동의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홍 박사는 "무조건적인 금지보다는 근무시간 외, 야간에 정치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거나 후원 기준을 마련했을 때 공무원도 동의하고 국민들도 동의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밖에도 공무원의 정치활동 제한 규정으로 인해 부당한 압력에 반대하고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하지 않다는 데 60% 이상이 동의한다는 응답을 했다.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서도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김태신 한국노총 공무원본부장은 "헌법에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하게 된 것은 이승만 정부 당시 3·15부정선거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됐다"며 "정치인들이나 어떤 정당이든 공무원들을 관권선거에 동원하지 말라는 뜻으로 시작된 게 박정희 정권을 지나며 공무원은 정치활동과 노동운동, 집단행동까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으로 변질됐다. 당초 공무원을 보호하고 방어하기 위해서 헌법에 명시한 것인데 역대 위정자들이 악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ILO 결사의자유위원회 제346차 보고서에서는 공무원노조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공무원노조법에 대해 결사의 자유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개정을 권고했고, 유엔(UN)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위원회도 지난해 11월 3일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금지하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고 했다.

신동근 공무원연맹 수석부위원장도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하며 "공무원이 참 제약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거들었다.

그는 "저와 평소에 잘 지내는 분이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을 했는데, 출판기념회에 초대를 받았는데 괜히 신분을 밝히고 떳떳하게 못 가겠더라. 잘못한 것도 아닌데 출마 선언을 한 이후로는 나와 멀어지고 있다"며, "저야 노조위원장도 했으니 선거관리위원회나 경찰에서 조사 받으러 오라고 하면 갈 용기라도 있지만 일반 직원은 쉽지 않다. 그래서 지금 공무원에게는 정치라는 단어 자체가 징계고, 아예 가까이 가면 안 되는 영역으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또 선거에 출마한 뒤 다시 공직으로 돌아올 수 없는 현실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신 수석부위원장은 "국회의원이 안 될 수도 있는 것이고, 됐어도 체질에 안 맞을 수 있는데 사표 쓰고 나가면 절대 다시 못 돌아온다"며 "변호사처럼 자기가 가졌던 원래의 직업으로 언제든 돌아가면 되는데 공무원이나 교사는 그러지 못한다는 게 부당한 것 같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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